기사 메일전송
도전과 자극, 다양해진 승부들
  • 기사등록 2022-03-30 17:36:28
기사수정


체육회 회원 종목의 경기는 협회 혹은 연맹 등의 일정에 맞춰 진행됩니다. 예를 들어 전국체전이 있고 회장기 등이 있기 때문에 그 일정에 맞춰 선수들이 준비하면 됩니다. 그런데 프로복싱이나 킥복싱, MMA 종합격투기는 얘기가 다릅니다. 랭킹이 있는 종목은 상위 랭커와의 매치가 성사되어야 하고 타이틀매치 같은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래서 프로격투기 선수에게 경기, 즉 시합이라는 것은 짝사랑이며 좀처럼 오지 않는 기회이고 주어졌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최선을 다해 승리를 쟁취해야 하는 분명한 목표입니다. 언제 잡힐지 모를 시합을 위해 평소에 절제된 생활을 하고 체중을 관리하며 기술이 둔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부단히 훈련하는 것이 선수입니다. 

 

시합이라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만나 자신의 모든 것, 정말 그 모든 것을 쏟아내는 것이었습니다. 선수에게 시합은 체육관 관장이 말을 함으로써 알게 되는 것이지만 그 이면에는 대회사, 혹은 협회의 여러 장치들을 통해 이뤄지며 프로격투기는 특히 흥행을 고려하기 때문에 이 매치메이킹에 상당히 공을 들이게 됩니다. 

 

그게 프로 선수이고, 그게 시합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다른 분위기가 있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듯한 아마추어 복싱 경기가 일종의 밈이 되어 관심을 모으고 있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일반인들의 스파링 영상 등이 유행을 띄고 있습니다. 일진과 프로선수, 깡패와 프로선수의 한 판 승부는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지요. 자극을 좇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항상 있어 왔습니다. 

 

이런 것이 엄청나게 유행하는 이유는 간단하죠. 경기를 전달하고 볼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해졌기 때문입니다. 유투브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고 인터넷의 속도가 고도로 발달되었기 때문에 예전 사람들은 자기 시합을 TV로 보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노출의 기회가 다양해졌고 자유로워졌다는 점이 장점이라면 단점은 투기 종목의 승부가 가벼워졌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추세를 거스를 힘은 없고 편승을 막을 명분은 빈약합니다. 즉 일부 선수들도 이제는 그러한 스파링을 찾아 나섭니다. 왜냐하면 웬만한 파이트머니보다 더 큰 수익을 노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재미와 자극을 떠나 선수가 직접 시합을 만드는 환경과 전통적인 시합 형태의 환경, 과연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놓치기 쉬운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사실 대회사나 프로모터와 계약된 선수들은 유행하고 있는 그러한 이벤트에 등장하기 힘듭니다. 이벤트라는 단어를 쓴 이유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화려하게 해도 공식 경기는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식 경기인 것도 있으나 대부분은 결국은 스파링이며 경기의 형태를 가진다 해도 공식 전적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역이용하여 프로선수가 "공식 경기가 아니기 때문에 계약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도 합니다만 이것을 좋게 봐줄 대회사나 프로모터는 별로 없지요. 

 

프로 선수는 그 길에 자신의 젊음을 걸고 도전한 선수입니다. 짝사랑하는 시합을 위해 평소의 일상을 절제하는 삶을 삽니다. 남들이 모르는 고행을 매일 겪으며 벨트를 향해 조금씩 조금씩 나아갑니다. 그러한 인생은 기본적으로 고독하며 빈곤을 숙명처럼 짊어집니다. 구도자에 가까운 그러한 삶을 살고 있는 선수들에게 최근의 이슈 이벤트들은 이질적일 수 밖에 없지요. 

 

왜냐하면 그런 삶과 별로 관계없는 사람들이 자극만을 부각시켜 이슈를 만들어내니까요. 누구든 챔피언과 경기하려면 컨텐더로써의 자격을 갖춰야 합니다. 세미나하러 온 선수와 운동하여 자신이 혹시 이겼다고 착각하더라도 그건 그 어떤 결과도 아닙니다. 그저 연습일 뿐입니다. 싸움꾼이든 일진이든 조폭이든 건달이든 그런 사람이 격투기를 소재로 무언가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즐거움 내지는 자극일 뿐이지 어떤 결과는 아닙니다. 막말로 일반인 줘패서 프로선수에게 남을 건 없지요. 

 

만일 일진이 격투기 챔피언과 경기를 하고 싶다면 그 길에 도전해야 합니다. 조금씩 랭킹을 올려서 마침내 대회사가 인정하고 대중들이 궁금해하는 매치업을 자신의 실력과 신분으로 쟁취해야 합니다. 그 길에서 무너지지 않고 꾸준히 성장했다면 그 사람은 이미 일진, 조폭, 건달 등이 아니지요. 그냥 선수입니다. 계약된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프로선수입니다. 

 

다만 이러한 이벤트 혹은 컨텐츠가 활성화되면 젊은 혈기를 격투기로 이끌 수 있는, 즉 격투기에 대한 도전으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역할도 어느 정도는 하리라 봅니다. 반면 격투기의 무게감이 가벼워지고 선수가 갖는 명예도 꽤 깎이리라 생각합니다. 명예는 격투계와 격투기 선수들 스스로가 엄격하게 지켜내야 합니다. 모든 일은 장단점이 있습니다. 자극을 좇아 만드는 여러 컨텐츠들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성숙해질 수 있길 바랍니다. 

관련기사
TAG
1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2-03-30 17:36:28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최신뉴스더보기
스포츠 거버넌스_02
마가린1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