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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의 심사를 다시 생각한다
  • 기사등록 2022-03-12 14: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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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체육이건 엘리트 체육이건 다른 스포츠에는 없지만 무도, 투기 종목에는 빠짐없이 있는 또 하나의 과정이 있습니다. 바로 ‘심사’입니다. 육상이나 축구를 오랜 세월 열심히 해도 별도의 심사는 없지요. 열심히 즐겁게 운동하면 그뿐입니다. 그러나 태권도나 유도 등과 같은 무도 종목은 반드시 심사가 있습니다. 

 

심사는 도복을 입는 무도는 대부분 채택하고 있는 분명한 검증 방식이며 이에 대한 대외신뢰를 높이기 위한 각 종목들마다 또 협회들마다의 노력이 대단합니다. 태권도나 유도, 검도와 같은 대한체육회 회원 종목들은 물론이고 체육회 미가입 종목들의 협회들 또한 심사는 반드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예외가 되는 종목이라면 복싱이나 레슬링 등이겠지만 이것도 실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인정을 얻기 위해 나름의 단위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심사는 크게 급심사와 단심사로 나뉩니다. 미성년자의 경우 품 또는 소년단 등으로 표기합니다만 결국 1급을 넘어선 다음 과정은 초단 입단이 되는 구조이며 대부분의 무도는 입문 후 1년이 되면 초단 심사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집니다. 보통 급심사는 수련하고 있는 도장에서 진행되고 단심사는 협회가 진행하는 절차를 따릅니다. 

 

또 심사가 까다롭다고 알려진 종목도 있지만 사실 초단, 나아가서 2단까지는 수련 기간을 충분히 충족하였고 실력 또한 그에 준하는 움직임을 보여준다면 어지간한 경우를 뺀다면 크게 가릴 것 없이 높은 점수를 줍니다. 초단, 나아가서 2단까지는 기본기를 비롯한 실력도 중요하지만 성실성과 품성에 중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3단부터는 얘기가 좀 달라지는 것이 여기부터는 대부분 해당 운동을 4년 정도 수련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실력을 분명히 평가합니다. 따라서 탈락자가 속출하는 종목이 적잖지요. 그 레벨에 적합한 여러 움직임도 심사하지만 경기력도 평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어느 종목이든 4단은 얘기가 다릅니다. 4단은 사실상 그 종목의 지도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도든 검도든 매우 까다로워집니다. 특히 검도의 경우는 실력뿐 아니라 본래는 칼을 다루는 장르였기 때문에 그 엄격함이 더하여져서 품격, 예법 등을 신경쓰지 않으면 불합격하는 경우가 속출합니다. 단순히 잘한다, 경기를 잘했다는 차원이 아니라 도복을 입은 형태가 모범이 되지 못하거나 예의작법이 미숙하거나 군동작이 많으면 불합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리하자면 심사라는 것은 단순히 실력을 본다는 단순한 차원이 아니라 그 종목을 수련한 사람에 대한 성실한 수련 내역, 경기력, 예의, 품성, 또 당황하기 쉬운 상황에서의 격조 있는 판단 등을 모두 관찰하여 판단하는 엄격한 장르입니다. 

 

또한 이 심사는 무도를 수련하는 사람으로서는 ‘경기 참가’와 더불어 자신의 성장을 위해 수레의 양쪽 바퀴처럼 분명한 과정 혹은 지표로 삼게 됩니다. 대회에 출장하여 성적을 거두는 것이 도전과 경쟁에서 성장하는 쪽이라면 심사는 그러한 자신의 모든 것을 심사위원, 즉 지도자급의 고단자들에게 평가를 받아 정당하게 성장을 입증받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이 심사를 이르러 '대나무의 마디'라고 표현합니다. 마디가 없이 높이 성장하는 대나무가 없듯 무도를 하는 사람은 자신의 수련에 대한 분명한 마디가 있어야 하고 당연히 이 마디가 수련의 깊이와 수행 기간의 누적에 비례하여 조금씩 증가해야겠지요. 

 

그런데 이 심사를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습니다. "그 따위 것 상관없이 내가 강하면 그것으로 족하다."라고 호기있게 대하는 사람들인데, 나도 한 때는 그러한 치기만만한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만 그것은 좋지 않은 태도입니다. 그저 배우기만 한 사람들의 순수함을 무시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만 무언가를 배웠다면 시험에 응시하건 논문을 쓰건 그것을 정리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 과정은 당사자에게 분명한 도움이 됩니다. 남들의 평가를 너무 도외시하면 좋지 않지요. 필요한 시험은 치뤄야 하고 냉정한 평가 앞에 당당하게 자신을 올려놓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나의 지인들 중에는 5단, 6단, 7단에 응시할 때마다 쓴잔을 마시며 더욱 고군분투하는 무도인들이 꽤 있습니다. 다들 나이가 나이인지라 이제는 다들 각자의 지역에서 허리가 굵은 지도자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만 그저 땀흘리고 수련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은 젊지도 않은 연령임에도 엄격한 고단자 심사에 응시하기 위해, 합격하기 위해, 지난 번에 떨어졌던 이유를 보완하며 열심히 대비하고 공부하는 모습은 ‘평생무도’가 과연 어떤 의미인지를 실감하게 합니다. 

 

특히 소년 시기의 무도 수련에 있어서 심사는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심어주는 너무도 귀한 기회입니다. 자신감 없던 한 소년이 열심히 수련하여 기본기를 익히고 낯선 사람들이 가득한 심사장에서 떨리는 심정으로 연무한 뒤 마침내 승급 승단하는 과정은 당사자에게는 그 어떤 돈으로도 채울 수 없는 값진 채움이 됩니다. 

 

경기 참가와 심사 응시. 이 두 요소는 무도 수련에 있어서 수레의 양쪽 바퀴들이며 아름답고 올곧게 뻗어 올라가는 대나무의 마디와도 같습니다. 비록 그것이 하나의 절차일지언정 또한 높은 단수에 대한 도전에서 몇 번이고 탈락해서 마음이 상할지라도 도복을 입은 이상 바른 마음 바른 태도를 가지고 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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