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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관점에서 세계 1위인 미식축구(NFL)의 비즈니스 모델 (2탄)
  • 기사등록 2023-03-07 10:33:03
  • 기사수정 2023-03-07 10: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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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대학교 스포츠융합학부 / 축구학과(겸직) 안준상 교수> 


NFL은 자타가 공인하는 북미 최고의 프로스포츠이다. NFL의 인기는 관중수와 TV시청률에서 명확히 나타나고 있는데, 우선 지난 2022년도 NFL 시즌 평균관중은 69,441명으로 경기장 점유율 97.9%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지난 5년간 큰 변동 없이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고, 평균 입장료(2021년도 $107.05 - 약 140,000원)가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도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욱 대단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미국 역사상 가장 큰 경제 불황(economic recession)이라고 불릴 만큼 그 여파가 컸던 2008년 경제 불황 속에서도 NFL의 평균관중은 크게 동요되지 않았다. 여러 스포츠 학자 및 스포츠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스포츠가 과연 경제 불황속에서도 크게 영향 받지 않는 recession-proof 산업인가?”에 대해 NFL의 경우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TV 시청률 또한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으며 (2022시즌 총 시청자: 1억 8,500만 명; 플레이오프 결승전인 슈퍼볼의 경우 50%에 육박하는 시청률 기록), 미국 TV 역사상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프로그램으로 슈퍼볼이 기록되어 있을 만큼 NFL의 인기는 시청률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NFL이 이렇게 4대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NFL의 성장 과정 중심에 서 있었던 리그 커미셔너 Pete Rozelle씨가 추구하고 이끌었던 NFL의 비즈니스 모델이 가장 큰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Rozelle씨는 1960년부터 1989년까지 NFL 리그 커미셔너를 역임했고, 미국 내에서 NFL의 성장을 이끌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인물이다. Rozelle씨의 리더십 하에 NFL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고 오늘날 다른 프로스포츠들이 범접할 수 없는 위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

 

사실 American Football League(AFL)과 NFL이 1970년 단일리그로 합병하여 출범하기 전까지 북미에는 AFL과 NFL 두 미식축구리그가 존재했다. 두 리그는 동업자가 아닌 경쟁자로 우수선수 영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경쟁해왔고, 이는 ‘AFL-NFL bidding war’로까지 불리며 그 정도가 극에 달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은 구단들의 재정 상황에 부정적 영향을 주었고, 상황이 악화되자 결국 AFL과 NFL이 상호협의를 통해 단일리그로 통합하게 되었다. 성장통을 겪으면서 단일리그로 출범한 NFL은 리그와 구단들은 동업자로 동반성장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모토(motto)를 바탕으로 한 ‘league-think’ (one major corporation with each franchise being a member of that corporation, and each decision that’s made is made for the good for the entire corporation) 정신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오늘날 NFL이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되었고, 왜 NFL의 비즈니스 모델이 동반성장 추구를 위한 전력균등화 제도 도입에 기반을 두게 되었는지를 설명해준다.



북미 4대 스포츠의 리그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면 리그마다 세부적인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력균등화를 도모하는 제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전력균등화가 상대적으로 가장 잘 이루어지고 있는 리그가 바로 NFL이다. NFL은 전력균등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구단별 수익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연고지의 시장 규모와 경제 규모에 따라 구단 수익이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지리적 요소에 따른 구단 간 빈부격차를 줄이고자 TV 중계권 계약을 리그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중앙 관리 시스템과 경기장 입장 수익 재분배 제도를 도입했다. 우선 TV 중계권의 경우 기존에 구단들이 개별적으로 계약을 체결하던 것을 리그 차원의 통합적(collective) 계약으로 전환시켰다. 구단 개별적 TV 중계 계약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고지의 규모와 구단의 팬층에 따라 차등적으로 계약되기 때문에 수익 불균형으로 이어지고 있었는데, 리그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TV 중계권을 계약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첫 번째로 TV 중계권을 리그 차원에서 계약하면서 개별 구단들이 갖는 교섭력(bargaining power)보다 강력한 교섭력을 가지고 중계권 협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더 큰 액수의 TV 중계권 계약을 맺을 수 있었다(현재 여러 방송사들로부터(CBS, NBC, ESPN 등) 2014년~2022년 기간 동안 $39.6 billion(약 43조 3천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이러한 리그 차원의 막대한 TV 중계권 수익은 모든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되면서 수익 불균형에 대한 문제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 2019년 기준으로 개별 구단이 리그로부터 분배받은 TV 중계 수익은 $255 million(약 3,313억 원)이다. 두 번째로 TV 중계를 리그 차원에서 관리하면서 보다 다양한 경기를 중계할 수 있도록 미디어 친화적 플랫폼을 형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Monday Night Football’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평일 저녁에 NFL 경기를 중계하는 방안을 강구해 미디어와 NFL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게 되었다.

 

NFL은 TV 중계권 협상과 마찬가지로 머천다이징과 라이센싱 또한 리그 차원에서 관리하고 있다. NFL의 모든 머천다이징과 라이센싱 권리는 리그에서 가지고 있으며, 리그 차원에서 계약을 진행하고 그 수익을 모든 구단에 균등하게 분배하고 있다. 이렇게 리그 차원에서 계약이 이루어지고 수익이 고르게 분배되는 것은 구단들의 수익 균등화를 도모하고 결과적으로 전력균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구단 수익의 또 다른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입장수익에 대해서도 NFL만의 분배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입장 수익에 따른 수익 불균형도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예: 대도시와 중·소도시). 따라서 NFL은 이러한 불균형을 최소화하기 위해 ‘60-40 제도’를 도입하였다. 본 제도는 입장 수익의 60%는 홈팀에 귀속되고 나머지 40%는 리그에 취합되면서 시즌 종료 후 모든 팀에게 균등하게 분배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입장 수익분배 제도는 NFL에서만 독특하게 나타나고 있다. NBA와 NHL의 경우 홈팀이 입장 수익의 100%를 가져가고 MLB의 경우 홈팀이 85%를 가져가게 된다.

 

전력균등화를 추구함에 있어 수익분배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 바로 비용 조절이라고 할 수 있다. 프로스포츠 구단 운영비용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이 선수 인건비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조절이 이루어져야 전력균등화를 기대할 수 있다. 최근 들어 유럽 축구 리그에서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고, 국내 프로스포츠에서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부분이 바로 선수 인건비이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 축구의 경우에도 상위 몇몇 구단들을 제외한 다수의 구단들이 높은 선수 인건비로 인해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NFL은 이러한 문제점을 사전에 방지하고 전력균등화를 도모하기 위해 샐러리캡 제도를 도입하였다. 타 리그들과 다르게 ‘hard’샐러리캡(기준을 절대적으로 지켜야하는 샐러리캡)을 도입하면서 선수들의 연봉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부유한 구단들이 돈을 앞세워 우수 선수들을 독점해 구단 간 전력 차이가 벌어지는 현상을 사전에 예방하였다. 샐러리캡 이외에도 드래프트 제도를 통해 신인선수를 선발하면서 유망한 신인선수와 계약하기 위해 구단 간의 자유경쟁을 방지하고 선수들의 계약금과 연봉 상승을 효과적으로 조절해오고 있다. 물론 드래프트 제도로 인해 선수들이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하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미국 법원에서는 리그에서 도입한 제도들을 거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서 리그 차원의 발전을 위해서는 필요한 제도라고 판단하여 허용하고 있다.

 

결국 리그가 성장해야 구단과 선수들의 권익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에 동반성장이라는 거시적 목표 속에서 NFL과 선수들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NFL의 ‘단체교섭협약(Collective Bargaining Agreement-CBA)’ 이른바 노사협약에 따르면 리그 중계수익의 55%, 리그벤처 투자 및 포스트시즌 수익의 45%, 이를 제외한 구단들의 자체 수익의 40%가 선수들에게 배정되도록 되어있다. 이 총 금액에서 선수혜택(연금, 보험, 의료비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서 선수 샐러리캡이 결정된다. 따라서 리그가 성장하는 만큼 선수들에게도 그들의 노력에 부합하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것이다. NFL은 리그, 구단, 선수 삼자가 동반자가 되어 성장을 위해 서로 힘쓰고 있다. 물론 제도적 변화 속에서 성장통을 겪긴 했지만, 오늘날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리그로 성장했다. 모든 변화에는 분명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그 누구도 희생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현상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현재 여러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프로스포츠 리그, 구단, 선수들도 동반성장을 위해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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