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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 “뭐가 그렇게 재밌어?” 일반인들이 말하는 주짓수의 매력
  • 기사등록 2022-10-02 20:36:18
  • 기사수정 2022-10-02 20: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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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주변에 주짓수를 배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줄어서 실내운동의 인기가 높아지는 것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주짓수를 수련하는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공통적으로 대답하는 말들이 있다. 

 

“재밌어서” 


일반인들이 주짓수를 가장 재미있고 매력있다고 느끼는 이유는 무엇일까? 주짓수를 수련하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나눠봤다. 인터뷰 대상은 성인 남성 2명(A와 B로 칭함)으로, 회사원이고 주짓수 수련기간은 약 5년, 현재 블루벨트 단계에 있는 30대 수련생이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한 것이다.

 

▶ 어떻게 주짓수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A: 단순한 호기심이었어요. 몸 관리를 하려면 운동을 해야하는데 뭔가 재밌는 운동을 찾고 있었거든요. 친구가 소개시켜줬고, 그래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B: 저도 그랬어요. 삶이 무료하고 뭔가 돌파구를 찾으려고 하던 중에, 친한 후배가 종합격투기를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종합격투기 도장을 갔는데 거기서 주짓수를 접하게 됐고, 그게 재밌어서 지금까지 하게 됐죠.

 

▶ 두 분 다 지인의 소개로 시작하게 되었는데, 어떤 부분이 가장 재밌었나요?

 

A: 대련이죠. 주짓수는 계속해서 상대방에게 기술을 걸고, 방어하면서 수련을 하게 되는데 그게 가장 재밌죠. 제가 체형도 그렇게 크지 않고 살도 잘 안 찌는 체질인데, 이게 너무 재밌으니까 잘하고 싶어서 집에서 혼자 운동도 합니다. 기술 걸려서 탭 치기가 싫어서요. 그냥 주짓수만 하는 게 아니라 이걸 잘하고 싶어서 다른 운동도 하는 제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으니까 이렇게까지 하는 것 같아요.

 

B: 매일 같은 상대와 수련을 하는 건 아니지만, 번갈아가면서 하다 보면 자주 하게 되는 파트너가 생기거든요. 근데 처음에는 안 먹히는 기술이 나중에 먹히거나, 또는 기술을 걸려고 이리저리 시도하면서 몸이 향상되는 게 느껴져요. 반대로 그 상대도 저한테 기술을 걸었을 때 제가 걸리면 웃음이 납니다. 아, 이 사람도 열심히 하고 있구나, 나도 더 열심히 해야지, 하는 동기부여가 생깁니다. 주짓수 때문에 헬스장 다니는 거 같아요. 상체운동 엄청합니다.

 

▶ 주짓수를 하면서 어려운 점은 뭐가 있었나요?

 

A: 저는 처음에 스킨쉽이 힘들었어요. 대련을 하려면 상대방과 밀착을 해야하잖아요. 그게 적응이 안 되니까 이질감을 많이 느꼈던 것 같아요. 모르는 사람하고 밀착한다는 게 내키지도 않고.. 그런데 배운 기술들을 하나씩 사용해보고, 그게 먹혀 들어가는 걸 보면서 그 재미를 한 번 느끼니까 그런 부담감이 순식간에 사라졌죠. 더 빨리 배우고 싶고, 다른 기술도 써먹어 보고 싶고 그런 마음들이 생겨나서, 처음 입문할 때 빼고는 크게 어려움을 느끼거나 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B: 저는 어려움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대련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었을 때 그걸 해결하고 탈출하는 것에서 쾌감을 느끼고 그런게 커서, 주짓수를 하면서 뭔가 재미가 없다거나, 이것 때문에 주짓수를 더 이상 못하겠다거나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그러니까 지금까지 하고있는 거겠죠?

 

▶ 주짓수를 하면서 본인에게 달라진 게 있으신가요? 

 

A: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정말..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어요. 상급자 지시 받는 것도 그렇고.. 까라면 까라고 일도 툭툭 던지고 하는데 진짜 화도 많이 나고 혼자 부글부글 삭히면서 이러다 화병이라도 걸리겠다 이런 생각을 많이 했었거든요. 그런데 주짓수를 하면서부터 그런 스트레스를 많이 잊을 수 있게 된 거 같아요. 그냥 뭔가 재밌는 걸 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땀을 흘리면서 뭔가 잠시 잊게 돼서 그런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정신적으로 좀 편안해졌다? 이런 걸 좀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신체적으로도 변화했죠. 그래서 자신감도 좀 생긴 것 같고요.

 

B: 주짓수가 뭐랄까, 좀 유연한 것들을 많이 요구하잖아요. 힘으로만 해결하려고 하면 오히려 더 꼬이고, 힘을 빼고 차분하게 생각하는 그런 습관들? 그런 게 실제 현실에서도 많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저도 A님처럼 그런 경험을 많이 했어요. 진짜 다혈질인데, 원래 와이프랑도 많이 싸우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주짓수를 하면서부터는 예전처럼 막 심하게 싸우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뭔가 제 스스로가 관용적으로 변한 것 같다는 느낌도 들고.. 그런 부분들이 좀 변한 것 같네요.

 

인터뷰는 주짓수 수련의 동기와 재미, 제약요소를 물어보는 내용으로 진행되었고, 마지막으로는 주짓수 수련을 통해 변화된 점을 물어보는 것으로 정리되었다. 인터뷰 대상자는 2명이었지만, 이외에도 주짓수 수련의 동기가 주변인들의 권유로 인해 시작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주짓수라는 무도가 주는 이미지가 일반인들이 쉽게 접해보지 않은 것이다 보니, 가까운 사람과 함께 시도해보는 경험이 중요한 참여 동기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참여를 어떻게 해본다고 하더라도 결국 그 운동이 재미있어야 한다는 게 가장 중요한 건데, 주짓수는 굉장히 독특한 재미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무도 종목에서 가장 규모가 큰 종목을 꼽으라면 ‘태권도’를 꼽을 수 있는데, 태권도는 대련의 방식이 ‘타격’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다치는 경우도 많아서 최근에는 태권도 수련생들이 겨루기를 기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이에 태권도에서는 다양한 수련생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위해 수련 방식을 다양화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겨루기 대신 품새를 익히게 하거나, 아니면 화려한 시범 발차기를 지도하여 만족을 얻게 하는 전략이다. 아이들에게는 품새 수련이 주는 지루함(?) 등을 해결하기 위해 요즘에는 품새에 유행하는 케이팝 음악을 입혀 가르치기도 한다. 다양한 수련생들의 욕구 충족을 위한 교육방식의 다변화, 이것이 태권도 종목의 교육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주짓수는 상대방과의 ‘대련’이 기본이다. 그리고 주짓수 수련에 빠진 사람들은 모두 이 ‘대련’에서 큰 매력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 상대방의 기술에서 탈출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는 과정, 기술을 걸기 위해 상대방을 감고 잡는 일련의 과정에서 사람들은 배움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주짓수를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주짓수의 매력을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아닐까. 그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에.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라는 학자가 만든 ‘몰입(flow)’이라는 이론이 있다. 몰입이란 무언가에 흠뻑 빠져 심취해 있는 무아지경의 상태를 말하는 것인데, 칙센트미하이는 어떤 활동에 몰입하게 되면 강력한 주의 집중이 일어나면서 지금 하는 과업 이외의 활동에 대한 인식이 현저하게 약화된다고 말한다. 이러한 주의 집중은 내가 노력한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활동에 대한 흥미와 즐거움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일어나는 것이고, 몰입 상태에서는 현재 하고있는 활동에 대한 강력한 집중으로 인하여 다른 업무나 스트레스에 대한 걱정이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즉, 앞서 인터뷰한 2명의 주짓수 수련생들이 스트레스 해소 및 의식의 변화가 일어났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몰입 경험으로 인해 생겨난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래 그림은 칙센트미하이의 몰입 이론을 설명한 그림이다. A와 B, 그리고 C 총 3개의 구간으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당신이 신체활동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 3개의 구간 중 어디에 위치해 있어야 몰입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정답은 B구간이다. 자신의 능력에 맞는 자극이 가해져야 그 안에서 몰입을 느낄 수 있다. A구간의 경우 능력에 비해 자극이 강하기 때문에 불안함이나 걱정 등을 느끼게 될 수 있고, 반대로 C구간의 경우에는 능력에 비해 자극이 약하기 때문에 권태감이나 이완감 등을 느끼게 된다. 

 

그럼 이러한 몰입 이론 내용은 누가 잘 알아야 할까? 무도 지도자들은 꼭 알았으면 좋겠다. 수련생들에게 적절한 자극을 줌으로써 몰입의 경험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아울러 수련생들의 이탈을 막기 위한 필수지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주짓수라면 지도자가 꼭 모르더라도 괜찮을 것 같다. 이미 인터뷰한 수련생들의 응답을 통해, 주짓수 수련생들은 서로 대련을 하면서 상대의 능력에 맞는 적절한 자극으로 서로의 수련에 스승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차피 진정한 무도란 대련으로 완성되어야 하는 것이 본질이 아닐까? 주짓수의 매력이 앞으로도 더 많이 알려지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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