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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 챔피언 ‘레안드로 로’의 허무한 죽음... 현대사회에서 무도의 역할은 무엇인가
  • 기사등록 2022-09-01 22:11:04
  • 기사수정 2022-09-01 22: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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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3일, 총 8번의 세계 주짓수 챔피언을 지낸 레안드로 로(Leandro Lo, 1989년 생)의 갑작스런 사망 소식이 전해졌다. 상파울루 클럽에서 근무를 서던 현직 경찰관에게 총격을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고, 이 사건은 전 세계의 주짓수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8월 7일에 방영된 BBC에 따르면 ‘레안드로 로’는 친구들과 함께 브라질 상파울루 시내에 있는 ‘클럽 시리오’라는 사교클럽을 방문하였다. 해당 클럽에서 근무를 서던 경찰인 용의자가 다른 사람들과 다투게 되었고, 테이블 위에 있던 유리병을 통해 상대를 위협하는 상황이었다고 한다. ‘로’가 이를 저지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것을 요구하자 용의자는 그 자리에서 총을 꺼내 ‘로’의 이마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2012년부터 IBJJF 세계선수권대회에서 8번이나 우승했던, 주짓수에 있어서 전설적인 선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레안드로 로’의 어이없고 황당한, 그리고 너무나 허무한 죽음이었다. 한순간에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총이라는 무기가 나를 겨누고 있을 때, 이 강력한 무도인이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이마에 총이 겨누어졌을 때, 세계적인 선수 ‘레안드로 로’의 머릿속에는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을까. 이 허무한 죽음이 무도인들에게 주는 좌절과 상처가 있었을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1. 무도란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무도(武道)’라는 말을 특별한 정의 없이 사용하곤 한다. 그리고 무도를 수련하는 사람을 ‘무도인’이라고 부르며 특정하지 않은 막연한 의미를 부여하여 부른다. 무도는 유사한 말로 무술(武術), 무예(武藝) 등으로도 불리는데, 이 글에서는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고 있음을 미리 밝힌다. 

 

무도에 대한 정의는 한 문장으로 간결하게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으며, 학자마다 강조하는 내용이 다르기에 쉽게 논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격투술’을 의미하는 것에는 학자들 대부분이 동의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 자연적으로 필요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무도의 ‘무(武)’는 공격적이고 호전적인 의미로 해석을 하는데, 공격성, 폭력성, 쟁취, 승리, 전쟁, 생존성 등의 성향을 함의하고 있다. 그리고 ‘도(道)’는 길, 이치, 근원, 방법 등의 의미를 함의하고 있는 것으로 철학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싸움, 전쟁, 투쟁 등을 뜻하는 실용적인 의미를 가진 ‘무(武)’와, 철학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도(道)’라는 글자가 결합된 무도는 곧,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의미의 두 글자를 합친, 애매한 만남으로 탄생한 단어이다. 그럼 ‘무도(武道)’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도의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의할 수 있을 것 같다. 

 

< ‘무’를 습득하기 위한 방법(길), 또는 ‘무’를 통한 깨달음 >

 

싸우는 방법을 습득하기 위한 방법을 의미하기도 하고, 싸움을 통해 인간의 이치를 깨닫는 과정을 의미하기도 하는 이 ‘무도’를, 우리는 다양한 종목을 통해 배우고 습득하는 것이다.

 

2. 무도를 왜 배우는가?

 

그럼 사람들은 왜 무도를 배웠을까? 누구나 강해지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간의 본능에 대한 이야기다. 덩치가 크고 힘이 센 사람을 보면 부딪히고 싶지 않은 생각이 들고, 다툼이 일어나지 않도록 조심하게 되는 것은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쳐서가 아니다. 본능적으로 나를 보호하고 내 생명을 지키고,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 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다. 우리가 아주 어렸을 때, 학창 시절을 떠올려보면 쉽게 유추가 가능하다. 

 

과거로부터 인간에게는 힘이 센 사람, 강한 사람이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강한 힘을 갖게 되었을 때 얻는 이점은 매우 많았기 때문이다. 가족을 지키는 것은 물론, 부하들을 거느리게 되고 강한 조직을 구축하게 되면서 세력을 확장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으니까. 이러한 본능은 늘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것이고, 상대방과의 전투에서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자 하는 것에서 무도는 자연스럽게 발전되었을 것이다.

 

또한 무도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다. 주짓수는 타격보다는 유술에 특화되어 있는 무도 종목으로, 상대방을 잡고 상대의 힘을 역이용하여 제압하는 기술이 최적화되어 있는 종목이다. 상대의 움직임에 따라 기술이 들어가는 방향과 타이밍, 변칙 등이 다양하게 이루어지며, 이에 많은 사람들이 주짓수 수련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고 있다. 

 

배운 기술을 써먹으면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경험을 하는 것,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는 것 등 이러한 것들이 무도를 계속 수련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볼 수 있다. 현대사회에서는 격투를 통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은 링 위에서가 아니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무도는 ‘실전’과 비슷한 상황에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경험을 가르치는 것이다.

 

3. ‘레안드로 로’의 죽음이 안타까운 이유

 

‘로’는 자타공인 최고의 주짓수인이었다. 단순히 우승 경력이 대단해서가 아니라, 그가 얼마나 주짓수에 진심이었는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던 선수였는지 알기 때문이다. 차라리 시합 중에, 경기 중에 일어난 사고였다면 어땠을까. 이렇게 허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해, 무도인들의 입지는 줄어들었다. 과거 군인들이 상대방과의 전투에서 승리를 위해 무술을 익히고 백병전을 준비했다면, 현대의 군인들은 무술 수련보다 사격 연습을 더 많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의 주먹과 칼을 어떻게 피하고 반격하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빨리 총을 꺼내 상대를 조준하고 방아쇠를 당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무도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매일 출근해서 힘들게 일하는 사람들에게 무도를 추천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당신이 강해지기 위해 무도를 수련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설명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일까? 무도인들에게는 ‘무도’라는 종목을 알리고 전파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이다.

 

‘레안드로 로’와 같은 유능한 무도인들이 인기를 얻고,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이 주짓수 인기를 부흥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었다. 각각 매력이 다른 다양한 무도 종목에서 인기스타가 생기는 것은, 그 무도를 홍보하는데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로’의 죽음이 더 아쉽다. 그리고 그가 다른 것도 아닌, 총에 맞아 사망했다는 것이 마음 아프다. 그는 단지 난동을 부리던 용의자에게 다른 곳으로 가라고 요구했을 뿐인데 말이다. 최고의 무도인이었던 그에게 어울리지 않는 죽음이었고, 또 그렇게 허무하게 죽어서는 안되는 인물이었다. 그의 명복을 빌며, 다시는 이러한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기도해 본다. 아울러 갑작스런 그의 사망으로 무도인들이 받은 충격도 잘 회복될 수 있기를 바라며, 현대사회에서의 무도가 위축되는 일이 없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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