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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와 주짓수 수련의 의미
  • 기사등록 2022-02-17 15:14:12
  • 기사수정 2022-02-17 15:5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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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JIU-JITSU 혹은 JU-JITSU)는 일본식 한자인 유술(柔術)의 음사다. 본래 ‘주-즛쯔’라는 발음에 가깝지만 서양에서 ‘주짓수’라 발음하여 그렇게 굳어졌다. 현재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주짓수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게 표기되고 스타일도 제각각이지만 모두 유술(柔術)이라는 이름의 무술을 지칭한다.

 

‘부드러운 기술’ 혹은 ‘gentle-arts’로 직역되는 유술은 성급히 일반화하자면 씨름이나 레슬링처럼 때리지 않고 상대를 제압하는 그래플링을 기반으로 중세 일본에서 성행하던 맨손무술의 통칭이다. 이를 ‘고류유술(古流柔術)’이라고 하는데 현대인들이 종합격투기(MMA)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현대 주짓수는 고류유술과는 조금 다르다. 

 

1882년 불세출의 유술가이자 동양인 최초의 IOC 위원인 ‘가노 지고로’가 강도관을 개관하고 자신이 익힌 다양한 고류유술을 근대 스포츠 형식으로 재정립해 ‘유도(柔道)’라는 이름으로 보급한다. 이후 가노 지고로의 유도 제자이자 희대의 고수였던 ‘마에다 미츠요’는 타류와의 시합을 금지한 가노의 뜻을 어기고 스트리트 파이팅을 계속 반복했고 마침내 브라질에 정착해 ‘그레이시’ 가문에 자신만의 유도와 격투 경험을 ‘주짓수’라는 이름으로 지도한다.

 

이렇게 주짓수를 익힌 그레이시 일족은 또 다시 ‘그레이시 챌린지’라는 이름으로 타류 시합을 계속했고 급기야 브라질의 ‘발리투도(무엇이든지 된다는 뜻)’, 일본의 ‘프라이드FC’, 미국의 ‘UFC’ 등 이종격투기와 종합격투기 시합을 통해 주짓수의 강함을 증명하고 주짓수라는 무술을 세상에 널리 알리게 된다.

 

공개된 시합을 통해 작고 약한 사람이 크고 힘센 사람을 끝내 제압하는 장면을 본 많은 관중들이 주짓수에 열광했고 주짓수는 빠르게 보급되고 성장한다. 불과 삼십년 전만 해도 10년 이상 수련해야 취득할 수 있는 블랙벨트가 전 세계에 3백 명이 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국내만 하더라도 23년 전부터 주짓수가 보급되어 430명의 블랙벨트를 배출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수 천만 명을 넘는 동호인들이 주짓수를 수련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고류유술>유도>현대주짓수로 이어져 온 주짓수의 모토는 상대의 폭력에 대해 유연하게 대응하되 상대 약점과 힘을 역으로 이용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스포츠맨십의 세례를 받은 모든 근대무도의 방향성과 일맥상통하지만 유술(柔術)이라는 이름을 표방하는 주짓수가 다른 무도에 비해 ‘유능제강(柔能制剛)’을 더욱 강조하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다.

 

유능제강은 ‘노자(老子)’ ‘도덕경(道德經)’에서 비롯한다. 부드러움이 굳셈을 이기고 약함이 강함을 이길 수 있다. 이는 생명의 고유 기능인 ‘열린 순환’과 ‘유연한 대응’의 측면에서 그러하다는 것이지 액면 그대로의 약하고 부드러운 것이 굳세고 강한 것에 이길 리는 만무하다.

 

갈수록 빈부의 격차가 커지고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얻기 힘든 무한경쟁의 대한민국에서 성인들이 부족한 시간을 쪼개 매일매일 주짓수를 수련하는 것은 사실 깊은 결단과 각오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만큼 주짓수가 갈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주짓수는 재미있다. ‘몸으로 두는 체스’라는 말처럼 기술의 수가 많고 전략적인 무술이기에 몸을 사용하는 즐거움에 더해 지적인 만족도 월등하다. 또한 바닥에 누워 가능한 모든 움직임을 수행하기에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척추 건강에 유리하다. 

 

현대 주짓수가 급성장하며 실전적 효능만을 크게 강조한 것은 분명하지만 현대 주짓수를 포함해 모든 경기화된 근대무도는 예외 없이 스포츠의 일종이며 룰이 없는 실전보다 한정된 룰 안에서 공정과 배려를 통해 경쟁하는 스포츠맨십을 더욱 중요시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현대 주짓수는 호신술이자 실전 위주인 ‘발리투도 주짓수’를 거쳐 ‘스포츠 주짓수’로 대중화되는 추세이다. 

 

스포츠 주짓수는 반칙과 속임수를 통해 이길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고 때려서 제압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굉장한 ‘이데알리즘’이다. 무술은 본래 투쟁의 상황에서 효율성을 찾는 것인데 오히려 고원한 이상적 목표를 설정해 놓고 자발적인 손해를 감수한다. 하지만 이러한 제한성이 오히려 수련자 간에 평등한 조건이 되어 서로가 공정함 가운데 스스로의 잠재적인 가능성을 쉽게 발견하게 만든다. 

 

스포츠 주짓수의 룰 안에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스스로의 가능성을 매일 조금씩 개화시키는 반복된 경험은 사람을 즉각 자유롭게 만든다. 조금씩이라도 성장하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고 자신의 잠재적 가능성을 신뢰하게 될 때, 노력이라는 과정이 땀으로 바로바로 확인 될 때 사람은 매우 자유롭다. 그리고 그러한 자유로움은 다시 배려를 만들어 낸다. 

 

‘자유’는 모든 잠재적 가능성에 대한 열린 태도이자 피드백의 결과이고 ‘배려’는 상대를 파괴해야 할 적이 아니라 협력적인 파트너로 인정하는 유연한 소통방법이자 합리적인 대응이다. 그리하여 주짓수, 유술, 젠틀아트는 강하고 효과적인 무술이면서 그 명칭 그대로 부드러움의 길, 배려의 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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