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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운동선수”의 방향성에 대한 고찰: 이제는 why보다는 how에 초점을 맞춰야!
  • 기사등록 2024-01-22 12:4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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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대학교 축구학과 안준상 교수>  


우리나라 정부는 과거 오랜 기간 동안 ‘엘리트 체육’ 중심의 정책을 펼쳐왔다. 이러한 정책적 배경과 성적지상주의 사고가 맞물리면서 학생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학습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실정은 어찌 보면 이미 예견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 2010년대 초반부터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과 은퇴 후 삶에 대한 논의가 일어나면서 정부도 정책 및 제도적으로 변화를 도모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 주말리그 형태로 대회 운영 시스템 변경). 이러한 크고 작은 움직임과 변화들로 인해 학생 선수들이 왜(why) 학업을 병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현업에 종사하는 관계자들을 비롯한 지도자, 학생 선수들 모두 서서히 공감하고 있다. 필자도 엘리트 운동을 했던 한 사람으로 why에 대해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만약 여러분이 어떠한 목표를 갖고 열심히 공부를 해서 대학에 진학했는데 갑자기 어느 날 공부 그만하고 이제 운동해서 운동선수가 되라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극단적인 예시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운동을 하다가 부상 혹은 기타 개인 사유로 운동을 그만두는 학생 엘리트 선수들은 모두 이러한 현실에 처한다. 이 이유만으로도 충분히 왜 학생 선수들이 공부를 병행하면서 은퇴 후 삶도 준비해야 하는지 설명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엘리트 선수들의 학습권 보장에 대한 변화의 바람이 일고 있는 오늘날, 이제는 how(어떻게)에 대한 답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기본 권리인 학습권 보장을 통해 엘리트 선수들도 운동과 공부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은 이제 여러 이해관계자가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효과적인가?”에 대한 고민은 아직 많이 부족해 보인다. 단순히 주말리그제 도입을 통해 선수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해 주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엘리트 선수들이 과연 수업에 들어와 열의를 가지고 공부에 참여할까? 필자는 아닐 확률이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만약 필자의 생각이 맞다면 학습권 보장은 단순히 학습권 보장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해, 엘리트 선수들의 공부 병행을 통한 은퇴 후 삶 설계와 같은 궁극적 목적을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다음에 나오는 내용들은 필자가 운동을 하면서, 그리고 은퇴 후 공부를 하면서 겪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형성된 극히 주관적인 생각임을 미리 밝힌다.

 

운동선수들이 엘리트 선수의 길을 택할 때에는 단순히 손흥민, 추신수 선수와 같이 성공하기 위함보다는 해당 스포츠가 좋아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운동이 좋고 실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엘리트 선수의 길을 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수들은 부상 혹은 개인 사정으로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결국 다시 운동을 찾게 된다. 본인들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운동을 다시 찾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필자는 선수들이 은퇴 후에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포츠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도록 방향성을 가지고 교육 시키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 방법으로 학생 운동선수들에게 일반 학생들과 같은 교과목이 아닌 운동선수들에게 특화된 교과목을 구성하여 교육 시키는 방법을 고려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초교과목을 최소화하고 체육계에 종사할 때 필요한 과목들을 개설하여 교육 시키는 것이다. 국어, 수학, 과학 등의 과목들은 최소화하고 영어 및 제2외국어 (중국어 등), 지도자 교육, 심판 교육, 행정가 교육 등으로 엘리트 선수 특화된 교과과정을 구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교과과정이 현실화 된다면 엘리트 선수들도 일반 교과목을 수강할 때보다는 흥미를 가지고 교육에 임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은 필자의 주관적인 생각이고, 사실 이러한 새로운 교과과정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중앙정부를 비롯해 문체부, 교육부, 대한체육회 및 산하단체들의 협력이 필요하다. 분명 오랜 시간이 요구되는 과정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학생 엘리트 선수들에 대한 정책적 변화 바람이 일고 있는 오늘날 반드시 서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인 것도 틀림이 없다. 앞으로 전문가와 관계자들이 함께 고민하여 실질적으로 엘리트 선수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공부하는 운동선수” 제도가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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