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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연령층의 주짓수 수련 문화 확산, 긍정적인 신호인가?
  • 기사등록 2022-11-12 11:23:19
  • 기사수정 2022-11-12 11:2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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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짓수는 종합격투기 대회에서 그 실전성과 강력함을 인정받고, 많은 성인들에 의해 수련되고 있는 대표적인 무도 종목 중 하나이다. ‘어째서 주짓수가 강력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매우 간단하다. UFC에서 통하니까. 종합격투기를 사랑하는 매니아들에 의해 주짓수는 지금도 입소문을 타고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주짓수라는 무도 종목을 여가활동으로 몰입하여 즐거운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사회적 욕구를 충족하고, 또 건강한 신체활동을 통해 신체적인 욕구 또한 충족하고 있다. 여가활동을 통한 욕구 충족은 결국 삶의 만족과 연결되며, 이러한 만족감은 여가활동 외의 활동에서도 나타나게 된다. 

 

주짓수를 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여가활동에 대한 설명과 관심을 유도하는 역할을 자처하며, 새로운 주짓수 수련생들을 유입시키는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주짓수에 참여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국내의 다양한 연구들을 살펴보면 주짓수에 참여하게 된 동기로 ‘주변인의 권유’를 가장 많이 꼽는다. 친구, 직장 동료, 동네 선후배 등 주변 사람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운동하고, 또 그 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행위를 통해 주짓수 수련생들은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주변인이 아닌 가족들, 특히 자녀들에게 주짓수 수련을 권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강하고 거친 이미지를 가진 무도 종목에의 어린 수련생들의 유입은 긍정적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위기의식을 가지고 보아야 할까? 

 

어린 수련생들의 무도 수련, 얼마나 효과적일까?

 

▶ 이미 ‘어린이들의 필수 학원’이라고 불리는 무도 종목이 있다. 바로 태권도다. 태권도는 해방 이후 최홍희 장군의 주도로 그 이름이 처음 발생하였고, 최홍희가 1971년 캐나다로 망명 후 북한과의 교류를 통해 유명해진 ITF 태권도와, 최홍희 망명 후 국내에서 태권도 협회를 이끈 김운용이 만든 WTF 태권도, 2가지의 태권도가 공존하고 있다. 김운용이 이끈 WTF 태권도는 올림픽 종목으로 선정되어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의 태권도가 되었고 현재는 명칭을 수정하여 WT 태권도로 부르고 있다. 최홍희가 이끄는 ITF는 북한 등 공산권 국가에서 지금도 많은 수련생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 주짓수가 태권도 종목을 유심히 살펴보아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WT 태권도는 어린 아이들을 주된 수련생으로 유입시키면서 성공적인 경영 성과를 만들어냈다. 아이들 위주의 수련이 이어지면서 태권도장 주변에 아이들 학원들이 밀집하기 시작하고 교육 상권이 형성되었으며, 태권도장끼리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아이들의 차량 운행, 수강료 인하 등 과도한 서비스가 이어졌다. 결국 이러한 상황은 태권도의 본질이 훼손된다는 불명예를 스스로 뒤집어쓴 꼴이 되고 말았고, 아이들 위주의 수련으로 인해 성인들의 참여는 점차 줄어들게 되었다.

 

▶ 성인들의 참여율 저조, 어린 학생들로 가득찬 태권도장에서 태권도 지도의 품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강도 높은 수련은 좋은 운동 형태가 아니었고, 결국 태권도 실기 능력 향상보다는 생활 체육, 예절 등 다른 교육 서비스가 진행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사람들은 태권도를 이렇게 인식하기 시작했다. ‘태권도는 어린 아이들만 하는 운동이야’라고.

 

어린 수련생들에게 강도 높은 수련을 할 수 없는 이유는?

 

▶ 우선적으로는 아이들의 흥미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장 운영을 위한 수입을 확보하기 위하여 어린 수련생들의 지속적인 수련을 유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성인들은 스스로 업무 스트레스 해소, 여가활동, 신체적 만족 등을 위해 일정 수준 이상의 강도 높은 수련을 원하고, 또 파트너와의 대련 등의 교류를 즐기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도장에서의 수련은 그저 부모님이 시켜서, 또는 재밌어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강도 높은 수련을 지속하는 것에 어려움이 있다.

 

▶ 결국 무도 종목에서 필요로 하는 정확한 자세, 정확한 기술을 세부적으로 지도하는 방식보다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신체 발달을 적절히 자극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게 친구들과의 교류를 잘할 수 있는지 등의 초점을 맞추게 될 수 밖에 없고, 가장 중요한 무도 교육을 등한시하게 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태권도에서의 이러한 모습이 주짓수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을까? 교육의 형태는 다르지만, 아이들 수련생의 증가는 분명, 절제하고 인내해야 하는 무도 종목의 문화를 바꾸게 될 수도 있는 중대한 신호탄으로 봐야 할 것이다.

 

어린 수련생들의 증가로 발생할 변화는 무엇일까?

 

▶ 주짓수는 태권도와 달리, UFC에서 그 실전성을 입증됐고 종합격투기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기에, 태권도처럼 성인들의 관심이 쉽게 사그라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합격투기를 관람하면서 즐기는 사람과, 실제로 플레이하면서 즐기는 사람의 비율에는 큰 차이가 있다. 주짓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수련생의 증가가 필요하고, 수련생 증가를 위해 아이들 수련생 확보는 필연적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아이들 지도에 경각심을 가져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 성인들 지도와는 확연히 다른 교육 방식의 차이가 나타날 것이다. 성인들보다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아이들을 지도하기 위해 지도자는 말투와 태도 등 많은 것들을 다르게 지도해야 할 것이다. 대련을 하다가 다투는 아이들을 관리해야 할 수도 있고,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친구를 잘 사귈 수 있게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일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아이들 지도에 앞서 아이들의 부모님을 대상으로 상담하는 일도 많아질 것이다. 수련 대상이 성인에서 아이들로 바뀌면서 생기는 당연한 일들이다.

 

▶ 도장 외부에서도 다양한 일들이 발생할 것이다. 태권도는 수련 인구는 많지만, 태권도 산업은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필자는 그 이유를 수련생들의 저연령화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는데, 무엇보다도 아이들은 계속 성장하기 때문에 비싼 옷을 입힐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즉, 좋은 도복, 비싼 도복을 입힐 필요가 없어 계속해서 저렴한 도복을 찾게 되는 것이다. 높은 품질과 좋은 디자인으로 가격이 점차 상승하고 도복 시장의 양과 질이 상승해야 하는데, 오히려 높은 품질, 좋은 디자인 필요 없이 그저 저렴한 도복을 찾으려고만 하니 그 산업이 성장할 리가 없는 것이다. 

 

▶ 마지막으로, 어린 수련생들의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활동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어린 수련생들의 승급 이벤트가 있을 때 주기적인 행사를 개최하게 될 것이다. 이런 행사를 통해 아이들의 동기부여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행사에 필요한 물품, 상장이나 트로피, 각종 선물 등을 준비하는 등의 부가적인 업무가 많아질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것들이 어린 수련층의 증가로 인해 발생할 일들이다.

 

WT 태권도가 어린 아이들이 유입되면서 성인 수련생들이 이탈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는 앞에서 언급했다. 그럼 ITF 태권도는 어떨까? 웹툰 등에서 북한태권도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고 있는 ITF 태권도는 아직 국내에서 활동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이 잘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도 ITF는 실전적인 무도라는 이미지를 잘 간직하고 있기에 어린층 보다는 성인층 위주로 수련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ITF 도장에서도 점차 어린 수련생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가고 있으며, 도장의 경영을 위해 어린 수련생들의 유입을 막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결국 특정 종목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종목을 수련하고 즐기는 사람이 많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짓수의 발전과 성공을 위해 수련생들의 유입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다만, 우리나라 태권도 사례를 통해 어린 수련생들의 유입과 증가가 어떤 패러다임을 야기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는 반드시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일선 태권도 지도자, 다르게 표현하면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과도한 마케팅과 서비스로 인해, 태권도의 가치는 일부 하락했다. 무도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권도인들에게 이러한 가치 하락은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었으며, 이러한 이미지를 탈피하고자 많은 노력을 뒤늦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짓수도 이러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무도는 스포츠와 다르다. 무도는 스포츠에는 없는 ‘상명하복(上命下服)’의 문화가 존재하며, 지도자의 지시와 지도 하에 수련이 이어진다. 스포츠를 즐긴다는 말은 있지만, 무도를 즐긴다는 말은 없었다. 무도는 수련하는 것이고, 수련을 통해 자기 자신을 완성하는 것이라고 했다. 어린 수련생들에게 맞춤형 지도가 필요한 것은 당연한 일이나, 주짓수 지도자들이 주짓수의 무도적 가치를 잊고, 경영성과에만 집착하여 본질을 훼손하는 순간 주짓수 또한 비난의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다. 

 

주짓수 도장에 어린 수련생들이 연이어 문을 두드리고 있다. 묻고 싶다. ‘그들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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