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2036 전주올림픽: 대한민국이 다음 세대에 보여주는 미래
  • 기사등록 2025-04-22 09:53:35
  • 기사수정 2025-04-22 10:22:39
기사수정

2036년 하계올림픽 유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인도, 카타르,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튀르키예, 남아프리카공화국 그리고 대한민국의 전라북도. 국내에서는 “왜 서울이 아니라 전북이냐”, 국제사회는 “전북은 어디냐”고 궁금해한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되묻고 싶다. 우리는 과연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어떻게 한 나라를 바꿔놓는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가?

 

올림픽은 국가의 리셋 버튼이다


나는 UNOSDP(유엔 스포츠 개발과 평화 사무국)에서 사무국장으로 일하며, 다양한 올림픽 개최 도시들과 직‧간접적으로 협력해왔다.


런던, 리우, 도쿄, 난징, 소치, 베이징… 이들 도시는 각기 다른 정치, 문화, 경제 체제가 작동하고 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올림픽을 통해 국가를 새롭게 리셋했다. 즉 올림픽을 단지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라, ‘국가의 리셋 버튼’으로 활용했다. 

 

런던 2012


이스트 런던은 올림픽 개최 전까지 빈민가였다. 그러나 올림픽을 계기로 도시 재개발, 교육, 교통, 환경 정책이 통합적으로 추진되며 하나의 ‘도시 재창조 프로젝트’가 펼쳐졌다. 나는 레거시 위원회(Legacy Commission)와 함께 일하면서 올림픽이 어떻게 복지와 도시 정책의 플랫폼이 될 수 있는지 지켜봤다. 


리우 2016


범죄 사건이 빈번한 슬럼, 불안한 치안 속에 있던 도시. 올림픽은 인프라 개선뿐 아니라, 청년 프로그램과 NGO 연계를 통한 사회통합의 출발점이 되었다. 나는 브라질 정부의 사회통합 프로젝트에 참여해, 청년 리더십과 지역 기반 프로그램을 설계하는 데 함께했다.

 

도쿄 2020


팬데믹이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도, 도쿄는 ‘지속가능한 대회’라는 정체성을 만들어냈다. 도쿄 2020 레가시 플랜의 일환으로 추진된 ‘Smile for Sport' 프로그램은 일본의 대학 스포츠 조직과 협력하며, 포스트 올림픽을 대비한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었다. 올림픽 이후에도 스포츠가 교육과 공동체에 지속적으로 기여하도록 설계되었다. 나는 이 프로그램이 인재양성과 지역 커뮤니티 활동의 촉매제가 될 수 있도록 함께 기획한 바 있다. 

 

베이징 2008, 2022


중국은 청소년올림픽부터 하계·동계 올림픽까지 일관된 도시 전략과 국제화 브랜딩을 통해 도시의 장기적 성장 동력을 확보해왔다. 특히 베이징의 하계-동계 이중 개최는 한 도시가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IOC가 주목하는 도시는?


지금 IOC가 주목하는 도시는 다르다. 지방성, 다양성, 지속가능성,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 프랑스 알프스(2030), 미국의 솔트레이크시티(2034)가 올림픽 개최도시로 선정된 배경도 바로 이것이다.


“지역이 말하는 올림픽”, 그 가능성과 진정성을 IOC는 찾고 있다. 전북이 제시한 건 ‘구호’가 아니라, ‘모델’이다. 전북이 보여준 것은 단지 유치 의지가 아니다. 서울도, 부산도 아닌 ‘지방 연대’ 모델이다. 대구, 광주, 충청 등 인근 도시들과 연결된 분산형 개최 전략, 시민 참여 중심의 올림픽, 유소년 스포츠 기반 확대, 그리고 지속가능성과 지역 개발의 균형을 담은 철학. 이는 단순히 “우리도 한 번 해보자”는 구호가 아니라, “한국이 다음 세대에게 어떤 미래를 보여줄 수 있는가”에 대한 제안서다. 전북의 싸움이 아닌, 대한민국의 싸움이다.


나는 지난 20년 가까이 수많은 도시와 국가들이 올림픽을 통해 자국의 미래를 어떻게 재설계했는지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이제 그 기회가 다시 우리 앞에 왔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올림픽은 단지 국제 대회를 유치하려는 것이 아니다. 미래의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하는 가치에 대한 스토리텔링이다.


▲ 이현주 (Julie Lee) / 더킹핀 Senior Researcher, 전 유엔스포츠개발과 평화(UNOSDP) 사무국장

관련기사
TAG
1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5-04-22 09:53:35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최신뉴스더보기
스포츠 인스티튜트 사이드배너
스포츠 거버넌스_02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