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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해외 구단의 한국 선수 영입, 단순한 전력 보강 그 이상의 의미
  • 기사등록 2025-08-06 10:19:49
  • 기사수정 2025-08-06 12:3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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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일대학교 축구학과 안준상 교수>   


지난 4월에는 고교무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꼽히던 보인고등학교의 배승균 선수가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와 계약을 체결했고, 수원삼성 유스 출신으로 성인팀에서 활약하던 박승수 선수도 이번에 영국 뉴캐슬 유나이티드에 합류했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선수들이 유럽 리그로 진출하는 사례가 늘어났고, 그 연령대 또한 어려지고 있다. 양질의 어린 선수들이 양성되고 있다는 신호이고, 그동안 유럽 축구 무대에서 선구자 역할을 해온 여러 선배 선수들의 노력의 산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글에서 다루고 싶은 내용은 선수들의 질적인 부분보다는 유럽 구단들의 상업적인 관점에서의 선수 영입이다. 조금은 다른 관점일 수 있겠다.

 

유럽의 유수 축구 구단들이 한국 선수들을 앞다투어 영입하고 있다. 손흥민, 이강인, 김민재로 대표되는 이 흐름은 단지 피치 위의 기량에 대한 기대 때문일까? 아니면 그 이상의 전략적 판단이 숨어 있는 걸까? 필자가 강원대학교 권기성 교수와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 힌트를 찾아볼 수 있다.

 

우리는 연구를 통해 유럽 구단이 특정 국가의 대표 선수를 영입함으로써 해당 국가 내에서 팬들의 ‘팀 충성도’를 높이고, 궁극적으로 시장 확장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확인했다. 특히, 팬들의 감정적 유대와 행동 의도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긴다는 점은 구단 마케팅 전략에 있어 중요한 통찰이다.

 

우리는 흔히 스타 선수 영입을 ‘전력 보강’이나 ‘상품성 향상’ 정도로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연구가 제시하는 바는 더 넓고 깊다. 선수 개개인이 단지 구단의 구성원이 아니라, 팬과 팀을 연결하는 정서적 접점이자 국가적 상징으로 기능한다는 것이다. 특히 흥미로운 점은 팬의 ‘축구 관여도’에 따라 선수 영입의 효과가 달라진다는 결과다. 축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많은 팬일수록 특정 선수가 소속된 팀에 더 깊은 애착을 갖게 되며, 그로 인해 실제 소비 행동까지 유도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좋아하는 선수가 뛰니까 본다’는 수준을 넘어, 팀의 정체성과 팬의 정체성이 동일시 되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지점에서 필자는 스포츠 소비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자기 동일시(self-identification)의 장이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특정 국가 출신 선수가 세계적 무대에서 활약할 때, 우리는 그를 통해 ‘우리’의 존재감을 확인하고, 그가 뛰는 팀에 자연스레 감정 이입하게 된다. 이는 마케팅적 관점에서 보자면, 국가 정체성을 활용한 가장 강력한 감성 전략인 셈이다.

 

해당 연구는 스포츠 산업 종사자들에게 실무적으로 매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단의 선수 스카우팅 전략이 단지 경기력이나 성장 가능성에 그치지 않고, 선수의 브랜드 가치와 소속 국가에서의 영향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단적인 예로, 한국에서 팬층이 두터운 선수를 영입할 경우, 해당 구단의 SNS 팔로워 수, 유튜브 구독자 수, 중계 시청률, 굿즈 판매량까지 함께 상승하는 일은 흔하다.

 

더 나아가 이러한 효과는 단기적 반짝 관심에 그치지 않고, 적절한 마케팅 전략과 결합될 때 지속 가능한 팬 기반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일부 유럽 구단들은 선수 영입 직후 한국어 전용 SNS 계정을 운영하거나, 국내 팬미팅 투어를 기획하며 이 흐름을 구체적인 수익 창출로 연결시키고 있다.

 

물론, 모든 선수가 동일한 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다.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되듯, 선수의 인지도와 이미지(평판)가 긍정적일수록 팬들의 충성도 변화 폭이 크다. 이는 결국, 단순한 ‘국적 마케팅’이 아닌 정교한 타깃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단지 한국 선수라서가 아니라, ‘한국에서 사랑받는 상징적인 선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스포츠 산업에서 선수는 단지 경기를 뛰는 존재가 아니다. 그는 곧 브랜드이며, 글로벌 시장을 여는 문화적 대사다. 선수 한 명의 영입이 수백만 명의 팬을 움직이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면, 이보다 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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